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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수업 장기화로 초등학교 저학년의 기초학력 부진과 인성교육 결핍 문제가 심각하다

아이들은 아직 한글을 다 못 떼고, 친구를 한 명도 사귀지 못했다.

8월 18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어린이가 등교하고 있다.
8월 18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어린이가 등교하고 있다. ⓒ뉴스1

원격수업 장기화로 인한 교육격차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들의 기초학력 부진과 인성교육 결핍이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교원단체들은 서둘러 대면수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교육당국에 촉구했다.

실제로 일선 교사들 사이에선 1학기가 끝나도록 한글을 다 못 떼는 등 기초학력이 부진한 학생들이 전년보다 늘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부모로부터 직접 교육을 받거나 사교육을 받지 못하는 가구에선 이런 문제가 더 크게 드러날 수 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ㄱ교사는 16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1학기에 대면수업을 10번밖에 하지 못했다”고 했다. 5월 말 뒤늦게 등교가 시작됐지만 등교 인원이 전교생의 3분의 1 이내로 제한된 탓이다.

20년째 교직에 몸담고 있는 ㄱ교사는 “보통 한글을 아예 배우지 않은 상태에서 학교에 들어와도 1학기가 끝나면 대부분 문장을 읽어내는 수준까지 발전한다”며 “하지만 올해는 ㄱ, ㄴ, ㄷ까지만 읽을 수 있다거나 낱말을 통째로는 읽지 못하는 학생이 한 반에 네다섯명씩 생겼다”고 말했다.

전년에는 이런 기초학력 부진 학생이 한 반에 많아야 한명 정도에 그쳤다. “교사뿐 아니라 친구들을 통해 자극을 받고 함께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게 되는데, 학교를 나오지 못하면서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ㄱ교사의 학교에서는 ‘교육방송’(EBS) 영상 콘텐츠 대신 교사들이 직접 시나리오를 짜서 자체 영상 콘텐츠를 제공했는데도, 교실 수업을 따라가긴 쉽지 않았다.

9월 16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부모가 자녀를 오후 돌봄교실에 바래다주고 있다.
9월 16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부모가 자녀를 오후 돌봄교실에 바래다주고 있다. ⓒ뉴스1

기초학력 수준보다 사회성 발달이 더 걱정 크다

학교생활이 처음인 1학년의 특성이 반영된 탓도 크다. 한희정 서울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서울 정릉초등학교 교사)은 “2학년만 해도 학교에서의 수업 방식을 이미 몸에 익힌 상태라 원격수업을 어느 정도 따라가는데 1학년은 어린이집·유치원에서의 습관이 남아 있는 채로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병행하다 보니, 다른 학년에 비해 수업을 못 따라오는 경우가 더 많다”고 지적했다.

기초학력 수준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사회성 발달이 더딜 수 있다는 점이다. 등교 횟수도 적었지만 학교에 가더라도 거리두기로 인해 짝꿍을 두지 않고 급식시간에도 친구들과 대화를 나눌 수 없기 때문이다.

초등 1학년생 자녀를 두고 있는 서울 양천구의 박아무개(39)씨는 “한 학기가 지났는데도 줄서서 기다리기 등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예절이나 규칙을 제대로 익히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아직 아이가 유치원 수준의 발달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박씨의 딸은 아직 같은 반 친구를 한 명도 사귀지 못했다.

또 다른 1학년생 학부모 김아무개(38)씨도 “아이가 앞으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할까 봐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김씨가 사는 경기 김포시에 집단감염 우려가 번지면서, 지난 학기에 등교를 네번밖에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ㄱ교사는 “학습 부진은 교사의 적극적인 노력과 필수 성취수준을 조정하는 등 교육시스템으로 교정하는 방법이 있지만, 사회성 발달에서 결정적인 시기를 놓치게 되면 문제가 심각하다. 이에 대한 더 정교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등학교 3학년을 제외한 수도권 유치원 및 초·중·고교 전면 원격수업이 시행된 8월 26일 서울 용산초등학교 교실 모습
고등학교 3학년을 제외한 수도권 유치원 및 초·중·고교 전면 원격수업이 시행된 8월 26일 서울 용산초등학교 교실 모습 ⓒ뉴스1

학부모·교사 “등교 횟수 더 많아져야 한다”

수도권 코로나 재확산으로 학교에 가지 못했던 유·초·중·고 학생들은 오는 21일부터 등교수업을 재개할 예정이다. 학부모와 교사들은 등교 횟수가 현재보다 더 많아져야 한다고 요구한다. 박씨의 자녀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는 최근 학부모 대상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강도가 1단계로 완화될 경우 1~2학년은 주4회 등교하자는 의견이 전체의 61%로 가장 많았다. 거리두기 2단계가 유지되더라도 최소 주2회는 등교하자는 의견이 절반을 넘었다.

전날 교육당국이 실시간 쌍방향 수업 확대 등 원격수업의 질을 높이는 대책을 여럿 내놨지만, 교원단체들은 근본적인 처방이 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강정구 전교조 정책실장은 “20평 남짓한 교실에서 적어도 학생 1명당 1평 정도는 보장돼야 코로나19가 재유행해도 학생들이 감염 우려 없이 등교할 수 있다”며 “정부의 의지와 예산만 확보된다면 교실 확충과 교원 증원을 통해 내년부터라도 단계적으로 학급당 학생수를 20명 이하로 감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기준 학급당 학생수는 초등 22.2명, 중등 25.1명, 고등 24.5명이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2학기에 초등 고학년의 등교를 줄이는 대신 저학년의 등교를 현재 주1회에서 최대 주3회까지 늘리도록 안내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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