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의 애창곡으로 손꼽히는 ‘Don’t Cry’로 유명한 록 그룹 ‘더크로스’ 보컬리스트 김혁건을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지난 26일 방송된 MBN ‘현장르포 특종세상’에 김혁건이 출연했는데, 김혁건은 10년 전 교통사고로 인해 전신마비 판정을 받은 상태였다.
사고 당시 김혁건은 군 제대 후 새 앨범 준비로 한창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었는데, 연습을 마치고 여자친구 집으로 가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불법 유턴하는 차량이 오토바이를 몰고 가던 김혁건은 친 것이었다.
김혁건의 아버지는 사고 당일을 떠올리며 ”피곤하니까 아버지가 태어줄게, 오늘은 오토바이 세워놓고 내 차 타고 가자 그러니까 (같이) 안 간다고 그래요. 그때는 같이 안 간다는 이유를 몰랐는데 여자친구 줄 김밥 사서 따뜻하게 먹이려고 좀 일찍 가려고 했던 것 같아.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강제로 ”타!”하고 끌고라도 갔어야 하는데 후회된다”라고 말했다.
사고 후 1년 동안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했던 김혁건의 좌절감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 김혁건은 ”너무 무섭더라고요. 아무것도 안 움직여지니까. 이제 이렇게 식물인간이 된 건가? 정신은 있는데. 눈만 흐리멍덩하게 뜬 채로 살아가야 하나. ‘왜 깨어났지’ 그러면서 하염없이 마음속으로 눈물을 흘렸습니다”라고 말했다.
전신 마비라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김혁건은 신문사에 전화해서 자신의 기사를 일일이 지우기도 했는데, ‘욕창으로 망가진 모습을 봤다. 썩어버린 이 몸이 시체인데 왜 내가 살아 있지?’라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그때 김혁건은
겨우 32살이었다.
김혁건을 다시 일으켜 세운 건 부모님이었다. 김혁건의 부모님은 아들이 불렀던 노래 ‘넌 할 수 있어‘라는 노래를 계속해서 들려줬다고. 김혁건은 ”처음에는 제 노래를 들으면서 다시 부르지 못할 노래들, 정말 듣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노래를 한 번 불러볼까’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넌 할 수 있어 힘들지만 / 언제나 이겨냈잖아 / 어두운 밤 지나 태양이 눈뜰 때 / 넌 다시 태어날 거야
다시 노래를 하기로 마음 먹은 김혁건이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어깨 아래 모든 근육이 마비된 탓에 노래는커녕 오래 말하기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김혁건의 안타까운 상황을 알게 된 한 대학교에서 복식 호흡을 도와주는 기계를 발명해줬다. 현재 김혁건은 한 대학에서 복지학을 강의하면서 제2의 인생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아래는 관련 영상이다.
도혜민 기자: hyemin.do@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