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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독재자 빅토르 오르반이 3연임에 성공했다

오르반은 본래 자유주의자였다.

ⓒFERENC ISZA via Getty Images

헝가리의 스트롱맨′ 빅토르 오르반이 8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3연임에 성공했다. 1998년 35세의 나이에 최연소 총리직에 올랐던 것까지 포함하면 이번이 네번째다.

오르반에 대한 평가는 두 가지로 나뉜다. 영웅 혹은 독재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그를 ‘영웅‘으로 추켜세웠고, 유럽연합(EU)은 ‘독재자’라고 비난했다.

그만큼 오르반의 정책과 메시지는 선명성을 띠었다. ”외세에 의존하지 않겠다”며 민족주의 성향을 드러내 왔다. 개인보단 국가와 전통을 우선시하며 터키·러시아·중국 등을 롤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反)난민 정책과 민주주의 역행은 그와 같은 맥락이었다.

오르반은 본래 자유주의자였다. 부다페스트대학 법대생이던 1989년 헝가리 공산주의 정권이 무너졌다.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자유주의적 성향의 청년민주동맹(Fidesz·피데스)의 당수였던 오르반은 유럽이 기대하는 샛별로 떠올랐다.

하지만 그 기대는 오래 가지 않았다. 그는 다소 급진적인 모습을 보였고 피데스당은 자유와 통합보다는 전통과 가족, 기독교적 가치를 앞세운 민족보수 정당으로 조금씩 재편되기 시작했다. 이는 1998년 총선에서 피데스가 원내 제1당으로 성공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르반은 35세의 나이로 최연소 총리직에 올랐다.

ⓒBloomberg via Getty Images

오르반의 반자유주의적 성향이 짙어진 건 2002년 총선에서 참패해 사회당(MSZP)에 정권을 내주고 나서다. 친서방 자유주의 노선에서 민족주의 우파 노선으로 완전히 돌아섰다. 그리고 2010년 총선에서 사회당을 압도적인 득표율로 누르고 재기에 성공했다.

이때부터 오르반은 ‘스트롱맨‘의 면모를 드러내며 권위주의적 행보를 보였다. ‘반자유주의적 민주주의‘(illiberal democracy)라는 모순적인 기치를 내걸고 러시아와 터키를 롤모델로 삼았다. 개인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사법부를 손아귀에 넣으려 했으며 언론을 통제하고 EU와 등졌다.

2015년 난민이 대거 유입되면서 오르반의 민족주의적 성향은 더욱 깊어졌다. 당시 수십만 난민이 이용한 일명 ‘발칸반도 루트’를 막기 위해 레이저 철조망까지 설치했다. 국내는 물론 EU의 비판을 받긴 했지만 저조한 지지율을 다시 한 번 반등하도록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르반의 통치 스타일에 비판 여론도 있었지만 민심의 이반은 크지 않았다. 경제 성장률이 높았고 복지 정책도 강력했기 때문이다. 2018년 헝가리의 경제성장률 예측치는 3.7%로 EU 평균을 웃돈다. 그래서 오르반과 10여년을 함께 성장한 중장년층의 지지율이 상당히 높다.

유럽의 중심에서 ‘반 자유주의’를 외친 오르반. 남은 4년 동안 오르반은 ‘반자유주의적 민주주의’의 색채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개헌 가능 의석(3분의 2)에서 한 석 더 확보했으니 장기집권을 모색할 가능성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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