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사진을 가져오면 연체료를 면제해 드립니다.”
미국의 한 도서관이 책이나 물품을 분실·훼손한 이용자들에게 고양이 사진이나 그림을 제출하면 도서관 이용카드를 되살려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해 호응을 얻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우스터시의 우스터 공립도서관이 3월 한 달 동안 ‘고양이 프로그램’을 운영해 도서관 방문을 중단했던 이용자들을 다시 모으고 있다고 4일(현지시각)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용자들이 ‘드디어 고양이들이 ‘집사’(고양이 반려인)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생겼다’며 프로그램이 시작된 지 며칠 만에 수백 권의 책을 반납한 사실과 도서관 한 쪽에 마련된 게시판이 이들이 제출한 고양이 사진으로 가득 찬 상황을 전했다.
도서관이 해당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많은 이용자들이 주거지를 옮기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으면서 빌렸던 책을 분실 또는 파손한 탓에 도서관에 다시 찾아오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도서관 쪽은 이날까지 약 400명의 이용자가 고양이 사진이나 그림을 제출한 뒤 정지됐던 도서관 계정을 갱신했고, 대출할 수 있는 권한을 회복했다고 전했다.
제이슨 호머 우스터 공립도서관장은 “우리 도서관은 늘 이용 장벽을 낮추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왔다. 안타깝게도 코로나19 이후 많은 사람들이 책을 잃어버렸다는 걸 알게 됐다”며 “과거에도 연체료 면제 프로그램을 시행한 적은 있지만, 좀 더 창의적이고 새로운 접근을 하고 싶었다”고 지역 언론에 밝혔다. 이 지역에서 모두 7개의 지점을 운영 중인 우스터 공립도서관은 지점 어디서든 단 1장의 고양이 그림이나 사진, 고양이가 담긴 잡지 스크랩 등을 제출하면 이용카드를 재활성화해주고 있다.
집에 고양이가 없는 이용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호머 관장은 “책을 반납하지 못한 7살짜리 이용자는 크레용으로 직접 그린 고양이 그림을 제출한 뒤 도서관 카드를 재활성화했다“며 일단은 직접 도서관을 찾아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도서관은 고양이 장난감 만들기, 고양이 행동학 강의, 보호소 고양이 만나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덕분에 도서관 한 쪽에 마련된 게시판과 도서관 페이스북은 이용자들이 직접 도서관에 제출한 고양이 사진 등으로 뒤덮였다. 특히 페이스북 게시물 댓글창에서는 우스터시 거주자뿐 아니라 미국 전역의 시민들이 ‘내 새끼 자랑’에 나섰는데, 한 이용자는 “쌍둥이 새끼 고양이는 내가 한국에 살 때 입양했다”면서 ‘치즈냥이 자매’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한겨레 김지숙 기자 / suoop@hani.co.kr